탈모와 발모를 이해하면
미국의 뷰티산업 중에서도 가장 핫한 시장을 꼽으라면 지금도 뷰티서플라이를 중심으로한 흑인
뷰티서플라이의 미래를 이끌 수 있다
소비자 그룹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전체 인구의 14.5%로 소수민족이긴 하지만 뷰티용품 소비와
유행의 리더십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탈모와 발모는 흑인 뷰티
산업의 핵이라 할 수 있고, 흑인 뷰티를 이해하고 리드해 나가기 위해서는 바로 탈모와 발모를 깊
이 있게 알고 있어야 한다. 코스모비즈는 이번달 특집으로 탈모와 발모를 깊이 있게 취재해 보았
다. 다소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소매점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경
영인들이 꼭 읽어 보시라 추천한다. [편집자주]
“획기적인 발모제” 광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고다. 언제나 획기적이라고 하면서도 획기적이지 못해 거듭 획기적인 제품들이 쏫아져 나온다. 이런 광고에 속고 또 속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은 획기적인 발모제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뷰티서플라이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소비자들의 강력한 수요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흑인 소비자들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인류가 원하는 “획기적인 발모제”는 정말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소비자들이 속임을 당할까? 발모제가 속임수라면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나는 거짓말을 하는 장사꾼인가?
이 모든 의문의 대답은 오히려 단순하다. 탈모문제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백, 수천 년간 계속되어 온 문제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획기적이라 주장하는 제품은 대부분 사실을 근거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 것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를 속인 부도덕한 행위는 분명 아니다. 탈모의 원인을 기본적 수준에서라도 이해하고, 각종 제품에 포함된 원료의 효능을 조금만 알고있어도 소비자들은 뷰티서플라이의 존재를 깊이 고마워할 것이 분명하다.

왜 탈모가 벌어지는 것일까?
흑인 소비자들의 곱슬머리가 아름답지 않거나 수치스러운 것은 절대 아니다. 곱슬머리가 싫거나 백인처럼 보이고 싶어 헤어를 반듯하게 펴려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흑인 소비자들은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해 낼 수 있는 자신의 곱슬머리를 즐기고 가꾸는 편이다. 하지만 곱슬머리가 불편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바로, 머리를 감은 뒤 빗질을 하고 스타일을 마무리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불편함이다.
특히 긴 머리를 갖은 아이들의 경우, 샴푸를 하고 빗질을 하는 과정에서 머리가 뽑힐 것 같은 통증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기도하다. 성인들의 경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런 현실 때문에 샴푸를 자주 하기도 어렵고, 머리카락을 과하게 잡아당기고, 열기구와 스타일링 제품의 과다 사용으로 탈모의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로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욜란다 렌즈 피부과 전문의가 보스턴 대학과 공동으로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흑인 응답자 중 무려 47.6%가 탈모를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렌즈 교수는 흑인 여성들 탈모의 주 요인으로 중앙 원형 탈모증 (central centrifugal cicatricial alopecia: CCCA)을 꼽았다. CCCA는 정수리 부분의 모낭에 염증이 발생하고 상처가 나면서 영구적인 탈모증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 다음으로 헤어 스타일링 과정에서 과도하게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나타나는 견인성 탈모증 (traction alopecia)을 꼽았다.
견인성 탈모증에 대한 정보는 그동안에도 빈번하게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주로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원형 탈모증에 대한 내용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 의학적으로 원인이 정의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치료방법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중앙 원형 탈모증이 흑인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고열의 고데기로 머리를 펴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고데기를 사용할 때 고열에 머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석유를 정제해 뽑아낸 바셀린 (페트롤라덤: petrolatum) 을 헤어에 바르는데 이것이 열과 접촉한뒤 머릿결을 따라 모낭으로 스며들면서 모낭에 화상을 입히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헤어 젤, 왁스, 포마드 등에 포함된 화학약품의 부작용으로 모낭에 염증이 발생하여 중앙 원형 탈모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같은 소문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페트롤라덤이 포함된 제품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시어버터와 같은 천연 오일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중앙 원형 탈모증의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이런 제품의 부작용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빠졌다는 점이다. 바로 세척(샴푸)에 대한 문제다.
일정량의 박테리아, 곰팡이균, 모낭충




(Dermis) 등이 두피에 서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미생물이 과다해질 경우 신체를 위협해 올수 있기 때문에 샴푸와 같은 세척 작용은 건강한 두피와 발모를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특히 비듬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곰팡이균은 피부 속으로 침투하여 번식하기 시작하면 제거하기도 어렵다. 모낭에 상처나 화상이 발생할 경우 박테리아의 공격이 심해져 모낭에 미세한 염증이 생기면서 탈모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샴푸는 건강한 두피를 위해 필수적이라 최소 3~4일에 한 번씩 샴푸를 해야 한다고 의사들은 권한다.
이런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스타일링에 소요되는 시간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샴푸 주기가 몇 주씩 혹은 한 달 이상씩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흑인 소비자들의 탈모를 방지하고 발모를 돕기위한 노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18 페이지 참조)
최근 BBIM 연구원에서 실시한 소비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뷰티서플라이에서 판매하는 발모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식약청이나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발모제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으로 향하려는 소비자들의 눈과 마음을 뷰티서플라이에 잡아두기 위해서는 탈모와 발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신뢰도가 높은 제품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의 하나로 보인다. <코스모비즈 2018년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