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곳저곳을 서핑하며 최근의 가발 시장 동향을 점검하다가 어느 가발회사 대표이사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백인은 부유층이 패션용으로 가발을 쓰고, 흑인은 곱슬머리가 두피 속으로 파고들어 짧게 자르기 때문에 가발을 쓴다는 이야기. 이런 오해는 그동안에도 여러 사람으로 부터 수십번 이상 들었던 말이다. 심지어 매일 흑인 소비자를 응대하며 장사를 하는 뷰티서플라이 경영인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말이 나오는 걸 보고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실례가 될 것 같아 “그 보다는요”라고 필자의 의견을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인터넷 번역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번역 수준도 높아져 웬만한 한글 기사도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읽을 수 있다. 작은 오해도 그때그때 바로잡지 않으면 가발을 애용하는 타민족에게 실망이나 오해를 줄 수 있어 무례함을 알면서도 누가, 왜 가발을 쓰는지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먼저, 가발을 쓰는 사람들의 이유는 각기 다를 수 있고 아래의 몇 가지 예보다 훨씬 더 많은 이유가 존재함을 전제로 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백인은 부유층이 패션용으로 가발을 쓴다?

유대인 백인 여성을 부유층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가발 소비에서 유대인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작기 때문에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는 소견이다. 유대인 여성이라고 모두 가발을 착용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정통성을 지키려는 유대인 여성들이 착용하는데 그 숫자가 많지 않다. 백인 여성 중에서 가발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계층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항암치료를 받는 여성으로 보인다. 60년대와 70년대에는 K-마트, Macy 같은 백화점 의류매장에서도 가발이 판매될 만큼 가발이 유행이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백인 여성들에게 가발은 모자 만큼이나 친근한 패션의 일부였고, 나이가 들어서도 애용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의 대다수는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 여성이다.

오늘도 가게에 90세 된 백인 할머니가 찾아와 가발을 사 갔다. 코에 암이 발생해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가발 하나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두상이 작아서 캡 사이즈를 줄여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 드렸다. “옛날에는 작은 사이즈의 가발도 팔았는데, 지금은 작은 사이즈를 안 만드나 보군요”라고 말하면서 젊은 시절에는 가발을 자주 애용했다고 회상했다. 항암치료를 받을 경우 모두 머리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항암치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위해 이 할머니처럼 미리 가발을 사 놓거나 머리가 빠지고 다시 자랄 때까지 사회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발을 착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젊은 백인 여성도 가발을 쓰는 경우가 있다. 주로 결혼식이나 사진, 비디오 촬영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 가발을 사기도 한다. 주로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흑인의 곱슬머리가 두피를 파고들어 간다?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가발공장 대표님은, “흑인들은 태생적으로 곱슬이 굉장히 심해 그대로 두면 머리카락이 두피를 뚫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는데, 의학적으로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은 딸기를 재배한다. 따라서 모든 한국인은 딸기 농사를 짖는다”는 것 같은 잘못된 이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헤어가 두피 밖으로 나오기 전 간혹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을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헤어가 두피에서 단 몇 밀리미터만 자라나도 헤어는 신체접촉이나 빗질 등으로 피부의 한 곳을 집중적으로 눌러 파고들기가 어렵다. 곱슬머리가 피부를 파고들어 가는 현상은 주로 남성들의 수염에서 나타나는데 수염은 두피에서 자라는 헤어보다 강하고 거칠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가발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하는데, 그것도 수만 혹은 수십만분의 일에 해당하는 말이라서 대부분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 흑인 여성 중에 헤어를 짧게 자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개인의 스타일 선호도에 의한 것이지 달리 해석하면 인종 비하적인 언사로 전달될 수도 있다. 가게에 찾아오는 흑인 고객 중에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가볍고, 시원하고, 관리가 편해서 짧게 잘랐다”고 말한다.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좋다는 사람도 있다.

반듯한 헤어를 갖은 사람도 매일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흑인 여성의 경우, 곱슬머리라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조금 더 일찍 일어나 헤어스타일을 꾸미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 등교와 아침 식사까지 챙겨주고 출근까지 해야 하는 흑인 어머니들은 그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헤어가 길면 길수록 관리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의 긴 머리를 감추고 가발을 착용하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다.

흑인 여성들이 헤어에 대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반듯한 헤어를 갖은 사람들은 다양한 스타일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다행히 우리는 곱슬머리를 갖고 있어 거의 모든 헤어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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