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매업 연합(National Retail Federation)은 2023년 11월과 12월 연말 매출이 3%에서 4%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 3년간의 호황(6~8% 증가)이 끝나고 있다는 우려 섞인 통계다. 안타깝지만 뷰티 서플라이 업계는 통계를 수집하는 단체가 없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5% 하락한 것으로 짐작된다.

주의 깊게 볼 대목은 전체 소매 평균이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뷰티 서플라이 매출이 두 자릿수로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흑인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나 처한 입장이 미국 전체 평균과 크게 다르다는 말이다. 무엇이 다르고, 어떤 요소 때문에 흑인 소비자와 미국 전체 소비자의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것일까?

인터넷을 아무리 검색해도 흑인 소비성향의 변화를 정확히 분석해 주는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다. 본 기자도 경제전문가가 아니라서 왜 흑인 소비자, 특히 뷰티에 대한 소비가 그렇게 전국 평균치와는 크게 다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흑인 소비자가 처한 사회적 입장을 통해 예측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먹을 것이 우선이다

2023년 1월부터 3월 사이, 미국의 거의 모든 주의 비상 지원금이 고갈되었다. 동시에, 연방정부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SNAP이라 부르는 푸드 스템프 지원금까지 줄이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팬데믹 기간 제공된 비상 지원금이 고갈되면서 앨라배마의 경우 1인당 매월 $275이었던 푸드 스템프 지원금이 지난 3월부터 $202로 27% 줄어들었고, 펜실베이니아는 $252에서 $175로 31%, 버지니아는 $294에서 $149로 49% 등으로 줄어들면서 흑인 소비자들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비상 지원금 이외에도 미용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흑인 여성의 경우 10명 중 4명 (약 39%)가 SNAP이라는 푸드 스템프 혜택을 받고 있는데, 최근 미 하원에서 지원금 감축안을 통과시켰다. 217대 210의 표결로 통과된 이 예산안은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이며, 줄어든 푸드 스템프 지원금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흑인 소비자들의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료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요즘은 시장 보기가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본적인 식량은 인간이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푸드 스템프와 각종 사회복지금을 의지해 오던 사람들도 이제는 노동시장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펼쳐지는 거다. 문제는 인력난의 모순이다. 전문 기술직 인력의 부족과는 달리 최저임금을 받는 비전문 영역에서의 실업률은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흑인 소비자를 더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은 대선이 벌어지는 해다. 정부는 더 이상 돈을 찍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복지를 포함한 많은 예산을 줄여야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흑인 소비자들의 호소를 들어주기 어려운 입장이다. 먹는 음식은 생존 문제다. 미용용품은 일부는 생필품이면서도 사치품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공권력에 대한 거부감과 부메랑

팬데믹 위기를 겪으면서도 흑인 폭동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금은 집단 절도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한꺼번에 몰려와 소매점을 강탈하기도 한다. 4~5명의 조직 절도범이 한꺼번에 뷰티 서플라이에 들어와 보란 듯 값비싼 헤어를 집어 들고 유유히 걸어 나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것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경찰은 신고해도 범인을 잡지 않고 있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불만을 품고 폭동까지 저지른 흑인 시민들은 경찰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예산이 삭감된 도시도 있지만, 대다수 도시는 예산을 삭감하지 않았다. 경찰에 대한 사회적 손가락질이 이어지면서 경찰의 책임감과 의지는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서운함을 말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경찰 없는 세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겪어보라”는 심정일 가능성이 높다. 성난 시민과 공권력 사이에서 결국 피해는 소매점이 받게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여러 도시에서는 $950 이하의 절도는 경범죄로 취급하여 훈방 조치하고 있다. 절도가 극성스러워지면서 문을 닫는 소매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뷰티 서플라이도 예외는 아니다. 흑인사회에서도 이런 절도범은 기피 대상이다. 소수 흑인 절도범 때문에 나머지 다수의 흑인 소비자가 욕을 먹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흑인 범죄자를 두려워하는 만큼 일반 흑인 소비자들도 흑인 범죄자와 절도범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려 든다. 마음 편한 온라인 쇼핑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

소매점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10월과 11월 매상을 집계하기 위해 전국 각 도시 뷰티 서플라이를 무작위로 뽑아 전화를 걸었다. 시장 상황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반대로 소매업자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해 왔다.

“코비드 직전에 매출이 떨어져 문을 닫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코비드 사태가 벌어지면서 매출이 늘어나 한동안은 괜찮았다. 올해는 코비드 직전의 상황보다 더 나빠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그중 가장 많았다.

헤어 도매업체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이다. 업종 전환을 고민 중인 회사도 있다. 케미컬 제품의 소비는 그나마 안정적인데 공급이 불안정해 케미컬 도매업체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잡화 도매업체의 답변은 다양하다. 취급하는 제품에 따라 변화의 폭이 천차만별했다.

소매점들의 고민이 가장 크다. 소매점은 렌트비까지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도매업체는 직원들 월급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신상품에 대한 투자도 망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협회는 트레이드 쇼를 두고 난리다. 도매업체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도 상관없다는 듯 오로지 트레이드 쇼 하나에 목을 매고 있다. 소매 회원을 위해 존재한다면서도 정작 소매점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는 관심도 주지 않는 분위기다.

애틀랜타에서는 16년째 봄 트레이드 쇼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다른 경쟁협회가 1주일 앞서 또 다른 트레이드 쇼를 개최하겠다고 나섰다. 그것을 그들은 “축제의 장”이라 표현했다. 다수의 도매업체는 울상이다. 트레이드 쇼 하나 참가하는 일도 버거운 상황에서 두 개 쇼에 돈을 쓰라니 말문이 막힌 눈치다.

“다른 쇼가 3월에 열리는데 어떻게 또 다른 쇼를 3월에 연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트레이드 쇼를 개최하는 것은 자유”라고 떳떳하게 말한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를 모르면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소개한 자본주의는 <도덕감정론>을 전제조건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내 행복을 위해 남을 불행하게 해서도 안 되고, 정해진 질서를 파괴해서도 안 된다”는 조건 말이다. 그것을 그는 “따듯한 손”이라 표현했다.

자유는 도덕과 상식이 지켜질 때 얻게 되는 권리다. 싸울 때와 싸우지 않아야 할 때가 따로 있다. 업계의 내년도 전망은 밝지만도 않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자성어도 있다. 지금은 싸움을 멈추고 간절히 원하고 바랄 때다. [코스모비즈 장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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