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진행된 고소 사건이 있다. 전에 겪어보지 못한 고문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마음에 깊은 상처까지 생겨 잡지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지독한 3년의 세월이 지나고 드디어 법정 일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소매점이 겪은 억울한 사정을 보도한 것이 고소를 당한 이유다.

기사의 내용에는 어느 소매점이 격은 몇 가지 억울한 사정이 담겨 있다. 그 중 핵심적인 내용은 도매업체가 약속한 날짜 전에 수표를 입금하는 바람에 바운스가 났다는 것이었다.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수표에 입금일을 표기하고 그 날자가 지나야 입금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제보자의 수표에도 2개의 날짜가 적혀있었다. 고소의 내용은 인보이스에 분명 COD라 적혀있으니 언제든 입금할 수 있는 일이고, 따라서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달라 고소인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뷰티서플라이 텀 방식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기사의 내용은 단순하고 명백해서 고소 자체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설령 이런 억지적인 주장으로 고소를 한다 해도 패소하게 되면 고소한 회사가 잡지사의 변호비까지 다 물어줘야 하니까 그런 억지를 부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자칫, ‘잡지사가 뭔가 모를 잘못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오해도 살 수 있다. 객관적인 시각과 신뢰가 전부인 잡지사에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회사가 고소를 접수한 뉴저지주 법원은 그런 억지스러운 고소에서 패소하더라도 각자의 변호비를 각자가 내게 되어있다. 그렇다 보니 고소의 목적이 굳이 승소를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를 낳는다. 머리 아픈 법적 절차와 부담스러운 변호사비를 쓰도록 하는 것이 고소의 목적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고소를 악용하는 사람이 멋대로 횡포를 부릴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장치도 있다. 뉴저지주의 경우 N.J.S.A. 2A:15:59.1 ‘천박한 법 남발행위 (Frivolous causes of action)’ 이라는 법이다. 고소를 악용한 사람이 제재를 당할 수도 있다. 의뢰인이 법을 악용하여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뢰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소를 진행할 경우 해당 변호사도 벌을 받을 수 있다. 뉴저지 규정 1:4-8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당할 수도 있다고 나와있다. 문제는 이런 천박한 법 남발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승소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그림의 떡과 같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고소를 악용하고 싶은 사람이 마음 놓고 고소를 남발하게 되는 거다.

최근에는 뷰티서플라이를 대상으로 하는 직원들의 고소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제보도 많다. 직원 중에는 시간 외 수당을 주지 않아도 좋으니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을 미국인들은 ‘Chinese Overti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굳이 시간 외 근무까지 시키지 않아도 되는 주인은 직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초과분을 현금으로 지불하게 된다. 직원은 그런 사실을 악용해 일하던 가게를 상대로 고소를 취하는 거다. 현금은 기록에 남지않아 주급을 다 주고도 임금체불 악덕 업자로 몰리게 되는 거다. 애틀랜타에는 이런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인 변호사도 나타났다는 소문이다. 가게를 그만두고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고소를 하게 되면, 거의 모든 소매점 주인들이 법정에 가지 않고 요구하는 액수를 주고 합의를 보기 때문에 목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는 거다. 만일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한인 이민자 사회에서 가장 경계하게 될 사람이 같은 한인 이민자가 되고 마는 암담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고소를 남발하는 회사도 있다. 회사의 기밀을 유출한다는 명분으로 사표를 낸 직원들을 응징하는 행위다. 그런 직원을 고용한 회사까지 고소한다. 자기네 회사의 기밀을 얻어내기 위해 자기 직원을 고용했다는 웃지 못할 주장을 펴는 거다. 송사에 휘말리기 싫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막 입사한 직원을 내보내는 회사도 있다. 전언에 따르면, 이렇게 고소를 남발하는 회사는 직원이 회사를 떠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느 회사에도 입사할 수 없도록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뷰티서플라이가 반도체나 밧데리 같은 고급 기술정보를 취급하는 업종도 아닌 데 정말 너무한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코스모비즈는 약 3년 전 어느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코스모비즈 기자가 지어낸 말도 아니고, 어느 뷰티서플라이 주인의 제보를 근거로 작성한 기사로 고소를 당한 거다. 장문의 고소장은 이해도 쉽지 않은 법적 용어가 가득한 영어문서다. 그걸 읽고 30여 일 이내로 “Answer”를 해야 한다. 광고주를 의식하지 않고 소매점의 억울함을 게재하다 보니 광고수익도 변변치 않은 잡지사가 없는 돈을 만들어 변호사비를 내고 맞대응을 시작했다. 고소인 측 변호사는 온갖 문서를 만들어 보내라고 요구해 왔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고소장 폴더는 500여 페이지 분량으로 늘어났다. 모두 영어로 된 문서고 한 치의 실수를 범해도 피해를 볼 수 있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읽고 써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수십 시간이 소요되고, 양측 변호사와 수를 세기도 어려운 분량의 이메일이 오갔다.

막상 격고보니 고소는 고문 중에 가장 혹독한 고문처럼 느껴진다. 이슬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생겨 잡지사 문까지 닫아야 하는 상상외의 고통을 경험했다. 고소는 대화가 결렬되고, 주위 사람들의 중재 노력이 무산되고, 피해가 분명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하는 거다.

코스모비즈는 이 글을 시작으로 뷰티서플라이 산업 전반에서 벌어지는 고소사건 하나하나를 취재하고 보도할 예정이다. 퇴사한 직원들을 괴롭히기 위한 악의적인 목적으로 고소가 남발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볼 계획이다. 주급의 일부를 현금으로 받은 사실을 악용해 고소를 부추긴 변호사들이 정말 존재하는 지도 취재할 계획이다. 코스모비즈가 실제 겪고 있는 케이스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혀 고소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쳐 볼 계획이다. 만일 일련의 취재와 조사를 통해 ‘천박한 법 남발행위 (Frivolous causes of action)’ 에 적용되는 고소인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집단소송도 검토할 계획이다. 피해자 한 사람이 고소 남발이라 주장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겠지만, 비슷한 피해자 여럿이 모이면 고소 남발행위를 입증하기가 쉬울 테니까.

햇수로는 4년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고통을 겪으면서 내성도 생겼다. 기자라면 촌철살인이라는 사자성어를 늘 의식하게 된다. 기자의 펜은 잘못 사용할 경우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기자의 펜은 자신의 손을 베는 수도 있다.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를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무기보다 더 무서워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같은 맥락에서 회사는 고소살인을 경계해야 하는 거다. 법으로 흥해 법으로 망할 수도 있으니까. 법정 일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는 만큼 이제는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펜을 집어 들었다. [코스모비즈 2022-02-04: 장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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