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독해지고 예리해지는 브랜딩과 판매전략

[위화감을 조성하려는 기사가 아닙니다. 대기업 제조회사와 대형 체인점, 체인 약국 등이 뷰티용품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관찰하고 배우는 것이 뷰티서플라이 산업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 편집자 주 -]

글로벌 뷰티 산업의 5대 기업 중 하나인 P&G (프록터 앤드 갬블)이 월마트와 공동으로 곱슬머리의 Z 세대를 겨냥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했다. 브랜드 이름도 Z세대를 겨냥해 Next of Us (우리의 다음)을 줄여 NOU라 정했다. 가격도 저렴하다. 3A(흑백 혼혈 헤어, 혹은 곱슬머리 백인 헤어) 에서 4C(매우 곱슬곱슬한 흑인 헤어) 정도의 곱슬머리를 위해 만들어진 8가지 제품으로 라인업을 만들었다. 모두 $6.97씩이라서 청년층인 Z세대가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월마트가 소수민족의 헤어를 직접 겨냥한 첫 자체브랜드라는 점이 특이하다. P&G는 생활 건강용품 회사로는 글로벌 최강자라서 정교한 연구와 똑똑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 분명한데 이들이 무엇을 기초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1등 제조사가 바라본 뷰티용품 시장의 미래를 엿보는 일이라 흥미롭다.

P&G 관계자에 따르면 NOU 출시는 전적으로 인구 데이터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다. 약 74.5%의 미국 인구가 아직도 백인이다. 그런데 1997년에서 2012년에 태어난 Z세대만 보면 절반이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중에서도 무려 75%가 곱슬머리를 갖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백인 인구가 서서히 줄어드는 동안, 흑인 인구와 히스패닉 인구, 흑백 혼혈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P&G는 시대의 변화를 한발 앞서 준비하고 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 개발로 최강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와 그 직전의 세대를 겨냥해 Herbal Essence (1971년), Head & Shoulder (1961년), Pentene (1945년)을 탄생시켰고, 미용용품 시장의 선두자리를 지켰다. 지난 2019년에는 Sally Beauty와도 공동소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밀레니얼 흑인 여성을 위해 탄생시킨 My Black is Beautiful이라는 브랜드다. Sally Beauty가 공동으로 소유한 브랜드인 만큼 Sally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2020년에는 타깃과 공동으로 50세 이상의 여성을 겨냥한 Hair Biology를 출시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모든 브랜드가 흑인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이고, 각각의 기업형 체인점과 공동으로 소유한 브랜드라는 잠이다. 더는 뷰티서플라이를 포함한 슈퍼마켓, 유사 소매체인점과 제품을 공유하지 않고 독점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월마트의 입장에서도 P&G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NOU라는 자체브랜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인디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나 주도하는 상황에서 더는 대형 소매점 체인이 끌려갈 수 없다고 생각할 법하다. 예측 가능한 범위로 소비자를 다시 끌어모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고, 더는 온라인 시장에서 벌어지는 가격 비교에 끌려다니지 않아야겠다는 판단 때문이 아닌지 짐작해 본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제조사(P&G) –> 배급사(지역별 도매회사) –> 다수의 소매점이었던 기존의 유통구조에서 배급사를 빼내 직거래 구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제조사와 동업 관계를 맺고 브랜드를 공동으로 소유한 만큼, 과장 해석하면 제조사와 소매점이 하나로 뭉쳐 3단계의 유통구조를 하나로 뭉쳐놓은 것이라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미래의 뷰티용품 시장에서는 누구도 그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확고부동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마트의 이런 확고한 의지는 $6.97이라는 낮은 진입 가격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사이즈의 인디 브랜드 제품이 약 $15 정도의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절반 정도의 가격대에서 허리를 자른 뒤 다른 체인점들과 브랜드 대 브랜드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면서 지속해서 가격을 낮추어 가다 보면 종말에는 변방의 나머지 모든 브랜드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대형 체인점들이 소유한 브랜드 제품만 남게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병법에 나오는 지극히 기초적인 전술이면서도 성공률이 높은 전법이기도 하다.

만일 NOU나 My Black is Beautiful과 같은 브랜드가 성공하게 된다면 뷰티서플라이의 입장은 어떻게 바뀌게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뷰티서플라이 산업은 중앙에서 전략을 짜서 움직이는 대기업과는 반대로 소매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필요사항에 따라 도매업체가 필요를 채워 주는 역삼각형 유통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예측조차 어렵다는 거다.

기존의 도매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한 자체 브랜드를 한인 뷰티서플라이에 전략적으로 공급하고, 뷰티서플라이가 통일된 마음으로 전폭적으로 협조한다면 NOU나 My Black is Beautiful과 대적할 만한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다. 반대로, 뷰티서플라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런 브랜드 독점시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라면 무엇이든 싸게 팔겠다는 달러 스토어와 유사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 되니 말이다. 이중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린 것도 없다. 그냥, 대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복기해 보기 위한 글이니까. [코스모비즈 장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