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번 당선되어야 했던 한번의 선거
![[칼럼] 두번 당선되어야 했던 한번의 선거](https://cosmobiz.com/media/magefan_blog/NFBS_2024.jpg)
나상규 펜실베니아 협회장이 NFBS 총연합회 18대 총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이번 선거는 한 번의 선거에서 두 번 당선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만들어 냈다. 기자 생활 30년이 넘도록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다양한 단체의 선거를 취재해 왔지만, 이번처럼 억지스러운 선거는 본 적이 없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모든 것이 지나간 일이지만, 이러한 잘못된 일이 관행으로 남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총연합회는 차기 총회장 선출을 위해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보통 선거대책위원회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전직 총회장이거나 피선거권자가 맡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투표권을 가진 이사 세 명을 선거대책위원으로 임명했다. 투표로 선출된 이사장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탄핵되어, 총회장과 뜻을 함께한 새로운 이사장이 추대되었다. 이후, 총회장과 이사장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새로 가입한 어느 협회가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였는데, 총회장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투표권을 박탈해 버리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지역 협회장들은 부당한 선거 개입이라며 경고했으나, 총회장과 이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 구도를 밀어붙였다는 것이 내부자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은 특정 후보의 공탁금이 마감일까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편 사고가 발생해 주소에서 집 번호를 빠뜨리고 발송한 것이 원인이다. 이에 선거대책위원장은 선관위가 정한 마감시간까지 모든 서류가 구비되지 않아 단독 후보로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는 공고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총회장과 문제의 후보측 지지자는 선관위의 공고문을 무시하고 선대위원장을 해촉하려는 시도를 버렸다. 이후 총연합회 내에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총연의 정관에는 ‘우편 낙인이 찍힌 날을 마감일로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총연의 선거법에는 ‘공탁금을 받은 뒤 영수증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로 인해 후보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정관을 우선시할지 선거법을 우선시할지에 대한 충돌이 발생했다.
법률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상식적으로는 선거법을 따르는 것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 앞으로는 정관과 선거법을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편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해당 후보는 상대 후보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대 후보가 선대위원장이 이를 관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런 상식적인 절차 대신, 힘과 권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 유감이다. 이는 단체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 단체를 위해 출마한다고 말하면서도 단체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서 그렇다.
결국 선관위는 단독 후보의 당선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총회장은 선관위원장을 즉각 해촉했다. 선거 기간 중에는 선관위가 최상위 결정권을 가진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장은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공고문을 무시하고 해촉하는 전례 없는 일을 자행한 것이다.
이사회 또한 혼란 속에 진행되었다. 이사장과 부이사장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관에 명시된 대로 고령 상임이사가 이사회를 주재해야 했지만, 즉석에서 이사장 대행을 임명하여 회의를 강행했다. 이는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처사다. 심지어 전직 총회장 두 명과 협회지 기자를 강제로 퇴장시켜 자신들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감추려 했다는 점도 유감스럽다.
대다수 이사들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선관위원회의 입장을 무시하고 그렇게 억지를 부려 실시한 총회장 선출 문제를 표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 결과는 큰 폭으로 총회장 측 후보의 낙선이었다.
그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초면의 한 협회장과 함께 택시를 탔는데, 그분의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사회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지만, 여러 사람이 상처를 입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선거에서 나상규 회장이 단독 후보이면서도 자의든 타의든 투표로 당선된다면, 둘로 나뉘었던 총연이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이 협회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사장 권한대행의 독단적인 횡포에도 불구하고 나상규 회장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는 소식이었다. [코스모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