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레이스 가발 공급 불안해지면

[사진 크레딧: 북한 로동신문, 평양에 소재한 북한의 어느 봉재공장]

중국공장 인건비는 월평균 $920이다. 레이스 가발 유행이 시작된 2007년에 비교하면 무려 4.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레이스 가발 소매가격은 1.7배 가량 올랐다. 말이되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머리카락을 구하기도 어려워진 상황까지 더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 인상이라 할 수 있다. 테무 가격으로 보면 40배가량 줄어든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북한의 터무니없이 낮은 인건비와 인모 가격이 레이스 가발 가격 때문이다.

익명의 뷰티서플라이 주인은, “아무리 북한에서 만들었다 해도 20인치 넘는 긴 머리가 최소 4 팩은 사용되고 13×4 레이스 프론트까지 포함된 가발이 어떻게 $57에 판매되고, 무료로 배송까지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허탈해한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기존의 유통 플랫폼을 갈아치우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투자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오늘 KBS 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안당국은 지난달 말 밀수 혐의를 받는 북한 외교관 자택을 수색하고 밀수품과 대량의 현금까지 압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공안은 이와 함께 노동절을 기해 밀수 선박 조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또한, 이런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는 중국 내 북한 노동자 문제에서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북한은 중국의 허가를 받아 북한 노동자 상당수를 중국에 파견해 외화를 벌어드리고 있었다. 경제 제재가 발휘된 이후에도 철수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해 두고 있었다. 중국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북한 노동자를 일괄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UN의 경제 제재 방침까지 무시하면서 북한과의 거래를 활발히 진행해 오던 중국 정부의 최근 태도 변화는 중국이 더는 미국이나 유럽의 감정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도 중국에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지난 몇 달 전부터 북한 가발 무역 문제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정부 기관이 집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수출의 약 70%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고, 그중 약 65%가 가발, 가짜 수염, 인조 속눈썹 등 우리 업계가 취급하는 헤어 제품류라고 발표했다. 9월 한 달간 북한은 182톤의 헤어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고, 1,796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보고서는 또, 2023년 상반기에 북한의 가발 및 인조 속눈썹 수출은 9,000만 달러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동기의 헤어 제품 수출의 3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가발 수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북한은 지금 가발산업을 확대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평양 등 도시의 자본가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정치범수용소 등에 수감된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키우고 있다. 북한은 2010년부터 서서히 가발 제조 산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모든 재료를 보내면 북한에서 수작업하고, 그것을 다시 중국으로 보내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양 등에 시설을 갖추면서 서서히 완제품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가발 제조 공장은 중국 공장의 주문을 받으면서 필요한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한 뒤, 북한 노동자들이 그것을 가발로 제작한다. 최근까지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부분만 북한 노동자들이 하고 있지만 시설을 갖춘 공장이 북한에도 늘어남에 따라 완성도가 높은 상태로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 단계에서의 가발값은 RMB 25-50 ($ 3.50~5.00) 정도로 낮다. 중국공장이 그것을 받아 추가의 공정 작업을 추가해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몇 년 전, 인조 속눈썹 시장에서는 1위를 고수하고 있던 Adell 사가 벌금형을 받은 뒤 흑인 시장에서만큼은 완전히 자리를 잃었던 사건을 기억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Adell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도 미국 정부 당국은 인조 속눈썹이 북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Adell 사는 중국에 소재한 하청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고, 하청공장이 어떻게 제품을 생산하는지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 OEM 생산 방식이라 해도 제품을 수입하는 회사는 북한 등 UN 경제 제재를 받는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 하청공장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아야 하고 최소한의 확인 절차와 노력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게 법적 해석이었다.

한인 기업들도 이점을 확실히 하여 차후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 그래야 소매점들이 제품을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생산한 제품을 반대하거나 거부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들은 테무,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도매보다 더 싼 값의 헤어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미국 기업과 소매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가격 파괴뿐 아니라 제품의 안전성 등 소비자들의 피해와 혼란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다. 뷰티서플라이 산업의 주체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이런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고, 현실적 대책을 요구할 필요도 있다. 이상적으로는 경제 제재 상황에서도 특정 상품은 제재에서 제외할 수 있으므로 가발류 제품을 제외해 미국 기업이 중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에서 직수입하거나 인도네시아 등 제3국에서 완성해 수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뷰티서플라이 지도자들이 국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이 급하다. (본 기사에서 이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미정부 관계자가 본 기사를 자동으로 번역해 읽고 고민해 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임도 덧붙인다.)

가발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제품이다

북한 교도소나 수용소에서 인권이 침해되면서 만들어지는 가발은 우리도 원치 않는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정상적인 사람들이 인권침해를 받지 않고 만들어진 제품을 도매업체나 소매업체 모두가 원하고 있다. UN 경제 제재의 중요성도 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동시에, 현실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가발류 제품을 막을 방법이 여의찮다면 제재 품목에서 제외해 인권이라도 지키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야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25%의 수입세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작년 9월 한 달간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가발류 총거래액으로 계산할 경우 보수적으로 보아도 약 20%는 교도소, 교정 시설에서 생산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것을 돈으로 계산하면 9월 한 달간 약 360만 달러가 교정시설이 벌어드려 북한 정권의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2023년 한 해로 계산하면 2,500~3,000만 달러가 교정시설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최근 동태는 가발공급에 차질을 빚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일 중국 정부의 밀수단속이나 북한 노동자 귀국 조치에 진심이 담겼다면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미국 정부가 가발생산 출처를 다시 따져 묻기 시작하면서 한인 가발 수입업체를 단속하기 시작한다면 그 또한 뷰티서플라이 산업에 큰 혼란을 불러 올 가능성도 있다. 가발의 공장도 원가가 급격히 오르면 테무, 아마존과 같은 곳으로 소비자들이 몰려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막연히 기다리고 있다가 일이 벌어진 뒤에 대책을 찾으려 하면 이미 늦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정부는 주로 보고서 형식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고하는 편이다. 그래야 관련 업계가 대책을 세우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서다. 예고 없이 정책을 시행하다 보면 자국민이나 자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지의 이슈라고 해서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음지의 이슈라도 양지로 끓어내면 예기치도 않은 이득을 주고 기대치 않은 의외의 결과를 얻어낼 수도있다. [코스모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