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 법 12개 주 통과가 뷰티서플라이에 끼치는 영향은?

<그레픽 이미지: Dove Crown Act 2021 제공>

브레이드, 드레드락, 에프로 등 흑인 헤어 스타일로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크라운 법 (Crown Act)’에 오늘 현재 12개 주에서 통과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법은 학교나 직장 등에서 흑인 고유의 헤어 스타일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차별대우로 규정하는 법이다.

Black Lives Matter, 흑인 비즈니스 옹호 운동과 함께 인권운동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라운 법 제정 운동은 백인 기업이면서도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비누 브랜드 Dove사가 미 전국의 지역 흑인 인권단체와 연대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주 법으로 통과된 곳으로는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델라웨어, 메릴랜드, 버지니아, 일리노이서, 콜로라도, 워싱턴(주), 네바다,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등 12개 주다. 아래의 지도에서 보라색으로 표기된 주는 법이 부결된 곳이다. 

Dove가 진행한 크라운 2021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인 학생이 다수인 학교에 재학 중인 흑인 초등학생의 경우 10세가 되기 이전까지 헤어로 인한 차별대우를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이 1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세까지 연령층을 넓힐 경우 86%가 차별대우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집계한 조사에서는 53%의 부모가 5세 자녀가 학교에서 헤어스타일로 인해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드, 드레드락, 에프로 등 흑인 고유의 헤어스타일로 인한 차별대우는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취업을 위한 인터뷰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사규로 헤어스타일을 정해놓고 흑인 고유의 헤어스타일을 거부하기도 한다.

크라운 법 운동은 90년대 말에도 주요 사회이슈로 떠올랐었다. 연방 공무원, 군인, 경찰 등 공공기관의 의복 규정에 브레이드, 드래드락 등의 스타일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런 인종차별적인 규정을 철폐하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연방정부 공무원 규정이 바뀌었고 군인들도 자연 모발 스타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헤어스타일이 인권운동의 큰 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식어 갈 기미를 보이던 네츄럴 스타일과 네츄럴 스타일을 위한 제품의 유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흑인 인권운동은 결국 전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옹호의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인 이민 사회도 반길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흑인 사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뷰티서플라이, 특히 한인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네츄럴 스타일과 흑인 인권을 연계시키다 보니 흑인 사업자가 만든 ‘인디 브랜드’ 네츄럴 제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게 된다. 네츄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력한 결집력이 모이기 위해서는 반대급부 효과를 노리게 되는데, 한인 주도의 뷰티서플라이가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다.

크라운 법 운동 단체뿐 아니라 타깃, 월마트, 체인 약국은 “흑인 소유의 비즈니스를 옹호한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다. 그로 인한 반대급부는 이런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백인 소유의 비즈니스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이상한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거다. 뷰티서플라이가 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뷰티서플라이가 흑인 회사를 옹호해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취급하는 상당수 제품이 이전에는 흑인 소유로 출발했지만, 인지도를 얻은 뒤에 상당수의 제품이 백인 소유의 대기업으로 팔려 갔기 때문이다. 거기에 최근에는 한인 소유의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억지적인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그렇다. 더 억울한 것은 흑인 소유 비즈니스를 돕겠다고 나선 백인 소매 체인이 주력하는 제품의 일부가 흑인 소유인 척 가장한 백인 대기업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백인 소유의 대기업과 체인점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대놓고 판매하면서도 흑인 비즈니스를 옹호한다는 이중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도 이런 사실은 언론이나 블로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인권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은 박수받을 일이 분명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인권 운동이라는 집단적 에너지를 사업적 이익으로 악용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대중의 결집력은 강한 분노나 불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이 필요한 일이고 공공의 적이 없을 때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야 모이는 에너지다. 소수민족 중에서도 가장 소수인 한인 이민자들이 극복해 내야 할 큰 과제다. 그렇다고 네거티브 전략으로 희생양을 삼으려는 세력을 네거티브 전략으로 응수하는 것은 소수의 입장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긍정적인 캠페인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힘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2-2-17: 코스모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