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두개의 트레이드쇼?

애틀랜타 지역 일간지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등에 뷰티서플라이 관련 기사 하나가 실렸다. 이 지역 두 개의 뷰티서플라이 협회가 1주일 간격으로 두 개의 트레이드 쇼를 개최하게 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수의 뷰티업계 관계자들은 사안의 중대함이나 잘잘못을 떠나 뷰티업계 이야기가 동포사회로까지 나가게 된 것을 민망해했다. 그러면서도, “뷰티업계 이야기를 뷰티업계 잡지가 쓰질 않으니,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며 혀를 차고 있다.
어떤 문제이길래?
조지아주에는 두 개의 협회가 공존하고 있다. 30여 년의 역사가 있는 조지아애틀랜타뷰티협회(GABSA·회장 이강하)가 있다. 독자들 편의를 위해 이하 조지아협회라 부른다. 미주조지아뷰티서플라이협회(UGBSA·회장 박미미)는 2018년에 출범하였고 독자들 편의를 위해 이하 조지아 신 협회라 부른다.
조지아협회는 매년 봄마다 트레이드 쇼를 개최해 왔다. 신 협회는 2018년 2월 결성된 같은 해 가을부터 매년 가을 트레이드 쇼를 개최하고 있다. 한 지역에 두 개의 협회가 큰 잡음 없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협회 운영자금을 만들어 내는 트레이드 쇼가 봄과 가을로 나뉘어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봄과 가을로의 구분된 트레이드 쇼는 참가하는 도매업체에도 득이고, 참석하는 소매점 바이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어 좋은 점이 많다.
이번 문제의 시작은 조지아 신 협회가 가을 트레이드 쇼와는 별개로 봄 트레이드 쇼까지 개최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그것도 1주일 간격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히면서 출전하는 벤더나 참석하는 바이어들 모두 둘 중 하나의 쇼를 선택해야 하는 부담을 주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 하겠다.
뷰티서플라이 미주총연합회(NFBS·총회장 조원형)가 중재에 나섰다. 두 협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하나로 뭉쳐 도소매 모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좋은 취지로 보인다. 두 협회의 현 회장과 전 회장은 총연합회의 중재와 초대를 받아들였다. 지난 7월16일 뉴저지에서 개최된 NFBS 트레이드쇼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이날 열린 중재 회의에 총연합회와 조지아협회 회장단은 참석했다. 조지아 신 협회 회장단은 동석하지 않았다. 대신, 신 협회의 입장을 적은 서류만 중재를 맡은 총연합회 측을 통해 전달했다.
참석한 조지아협회 이강하 회장과 손영표 전 회장은 총연합회 측에 유감을 표했다. 폭우로 인한 항공기 결항 등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참석했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발로 끝난 중재 회의에 참석했던 총연합회 측 어느 임원은, “이날 회의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전달받지 못해 뭐라 말해줘야 할지 곤란했다”고 말했다. 중재 회의에는 객관성을 위해 어느 잡지사 기자도 동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지아협회 이강하 회장과 손영표 전 회장이 애틀랜타로 돌아가 지역 일간지를 협회 사무실로 초대해 기자회견을 연 것도 어쩌면 지금 전개되고 있는 사안이 기사화되지 못하고 진실이 가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지역문제가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양측 관계자들을 도와 업계 지도자들이 나서 중재안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소-중량급 사안이다. 이 사안이 더 심각해지고 대량 급으로 커진 이유는 조지아협회의 봄 트레이드 쇼를 발표한 신 협회의 봄 트레이드 쇼에 NFBS 총연합회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가을 트레이드 쇼는 예년처럼 신 협회가 단독으로 개최하고 내년 봄 트레이드 쇼는 사실 총연합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이라는 의외의 사실이 밝혀진 거다. 지역문제를 벗어나 뷰티서플라이 산업 전체의 지형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전국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말았다. 거기에 총연합회가 신 협회와 파트너로 봄 쇼를 준비한 것이 사실이라면, 총연합회가 자처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이해 당사자가 중재라는 모양으로 상대를 회유하거나 덫에 빠트려 궁지로 내몰려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총연합회의 입장이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총연합회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사실여부를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는 예민한 문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아무도 이 문제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자기들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고 “이렇게 해결하기로 했노라”고 할 때까지는 말을 아끼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리더들이 더는 나설 수 있는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지혜를 빌려준 업계의 어느 원로는, “두 개의 지역협회 사이에서 이런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불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른 격인 총연합회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럼, 총연합회가 양쪽 모두 불러다 놓고 하나로 합치든지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도매업체와 중지를 모아 두 협회 모두 트레이드 쇼를 못 하도록 총연합회가 트레이드 쇼를 개최하겠노라고 경고할 수 있어야 타협이 가능할 텐데, 총연이 지역협회 수준으로 내려와 파트너가 되었다면…. 더는 조언해 드릴 말도 없다”고 말했다. <코스모비즈 장현석 기자> <사진제공: 애틀란타 중앙일보>
[다음 편 예고 – 위의 기사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기사 내용을 기초로 당사자를 제외한 주변 인물을 취재하여 작성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각자의 입장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신 협회와 총연합회가 봄 트레이드 쇼를 개최하겠다고 했을때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할 테니 3자 모두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 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서 그렇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