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보람되었던 일과, 실망스러웠던 일

[기고문] 보람되었던 일과, 실망스러웠던 일

이상용
인디애나 협회장

말도 많았던 2024 년 뷰티 업계 트레이드 쇼가 각각 열리는 모양이다. 며칠전 했던 허리 수술만큼이나 어이없고 아프다.

도매는 죽지 못해 끌려가는 심정이라는데, 소매는 장사가 역대급으로 하략해 존패가 위기 받고 있는데, 주최하는 협회는 뷰티 대잔치란다. 참 씁쓸하다. 혹시 눈먼 소가 앞에서 길을 잡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필자 역시 작은 도시에서 가게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이라 무엇이 정답이고 어찌하는 것이 옳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면 안 되는 것인지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정리해 보기로 했다.

1. 공동구매와 공동 마케팅

인디애나 협회는 1996년 출범해 근 삼십 년 가깝게 총연합회와 동거동락 해왔다. 나 역시 1995 년에 장사를 시작해 지역협회 창립멤버 중 하나였으니 적지 않는 시간을 뷰티서플라이 사업자들과 살아온 셈이다. 총무와 부회장직을 맡아 여섯 명의 협회장을 보필했고, 두 차례에 걸쳐 회장직도 맡고 있다.

뷰티업계가 지금보다 덜 어려웠던 90년대부터 동료와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공동구매 펀드를 조성해 운영했다. 모인 자금으로 케미컬, 전자제품, 잡화 등 다양한 제품을 공동으로 구매하여 회원들의 이익을 증진시켰다. 유니버설, 애니 등 많은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공동 마케팅이라는 것도 시도해 보았다. 이제 막 출범한 브랜드를 유명 브랜드 제품 옆에 디스플레이해서 판매를 촉진했던 것도 그중 하나다. 우리 같은 협회나 소매점이 도와주었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눈부시게 도약하는 한인 브랜드를 지켜보면서 자부심도 느꼈다.

쿠폰사업도 시도했다. 공동구매한 제품위주로 지역 영문 주간지에 여러 장의 쿠폰을 게재하고 협회원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사용된 쿠폰을 집계하여 도매업체와 더 좋은 마케팅 방법도 찾으려 애썼다. 키스, 애니가 그런 대표적인 파트너였다. 주먹구구식으로는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시도했던 일이었고 보람된 일이었다. 아쉽게도 그런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직원이나 창고가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동력을 잃었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사실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2. 아웃리치

2005년, 시카고에 소재했던 해어회사 신아가 시카고, 인디애나, 세인트루이스 등에서 불우한 이웃을 위한 커뮤니티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행사는 신아(여홍산 사장)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 협회가 매칭펀드로 동참하는 방식이었다. 지역에 있는 미용학원이 시설을 제공하고 지역에서 활동 중인 미용사를 자원봉사자로 모집하였다. 유수의 도매업체가 헤어, 릴렉서 등 사용되는 모든 제품을 후원해 주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불우흑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열개의 셀터에서 10~15명씩 초대하고 그들이 원하는 헤어와 네일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협회원 가게별로 열개의 셀터를 나누어 후원금도 제공했다.

봉사활동이 끝난 뒤에는 참가한 흑인 미용사와 미용학원 관계자와 한인 뷰티서플라이 주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끼를 나누며 우정도 쌓았다. 행사는 인디에나 모든 언론의 관심을 받아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가게를 찾는 고객들까지 알게 되면서 가게의 분위기가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웃리치 프로그램이 아쉽게도 몇 년 가지 못하고 끝을 보았다. 신아라는 회사가 기획하고 지역협회가 참여한 행사였고, 신아가 돈도 가장 많이 냈다. 그런데 소액, 그것도 제품으로 후원한 한인 도매상들은 “신아는 중국인 회사니 돈만 내라 하고 존재를 감추라”라고 압력을 가해왔다. 결국 마음이 상한 신아는 자신들이 시작한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었고, 막상 돈을 대겠다는 한인 도매업체가 없어 소멸된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중국회사든 한국회사든 지역사회를 위한 선의로운 일이었고, 뷰티서플라이가 지역사회에 온정을 베푼다는 사실을 알리는 최고의 홍보이벤트였다. 그런 소중한 프로그램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내쫓은 실력이 과연 의미 있는 실력이었는지 지금도 한인 도매멉체에게 묻고 싶다.

아웃리치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벌어진 흑인 폭동사태에서 인디에나의 한인 뷰티서플라이는 단 한 곳의 유리도 깨지지 않았다.

이제는 협회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후원해 줄 회사도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서라도 흑인 사회와 한인 뷰티서플라이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해 나가고자 한다. 이전의 총연합회는 이런 지역협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 작지만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마음을 보태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3. 상상하고 돌파하라

소비자들의 소비성향 변화로 앞으로의 뷰티서플라이도 이전과 같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지는 만큼 작은 규모로 나마 지역 흑인사회와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날이나 연말연시에 지역 미용사들과 함께 가게에서라도 불우이웃 행사를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거다. 불우한 여성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같은 터이니 단 몇 사람에게라도 그런 행복을 선물하자.

또한, 인근 공립학교 특별활동에 동참하는 일도 가능할 것 같다. 각종 운동부, 마칭벤드가 세차나 바자회로 기금모금 활동을 할 경우 소품이나 장소재공 등으로 참여해도 좋을 듯 하다. 무엇이 되었든 끊임없이 상상하고 방법을 강구해야 할 일이 지역사회 활동 참여란 생각이 든다.

뷰티서플라이 경영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매일 같은 가게에서 같은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의 범위도 좁아질 수 있다. 당장 필요한 지식이든 아니든, 가끔은 사회 가계각층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디에나 협회는 인디에나 한인회와 함께 뷰티서플라이 관련 세미나뿐 아니라, 경찰, 과학자, 보험 등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비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것을 점차 늘려가겠다는 계획도 세워본다.

4. 리드는 협회가, 사업은 조합이

애틀랜타와 뉴욕의 소매점을 시작으로 네이버 뷰티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코스모비즈 네 명의 기자들이 앞장서 만들어낸 기적 같은 사업이었다. 협회 차원의 공동구매사업의 한계를 경험했던 터라 직원과 창고를 두고 운영하는 조합은 꿈같은 일이었다. 필자도 이사장직을 맡아 참여했다. 제품구입에 15만 불을 무이자로 조합에 빌려주었다.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싼 값으로 제품을 공급해 주면서도 1년 만에 창고 가득 인벤토리를 쌓는 데 성공했다. 창고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주고도 수만 불어치의 인벤토리까지 축적하는 기적 같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차마 지면을 통해 언급할 수 없는 악의적인 방해를 받았고, 문을 닫았다. 빌려준 돈은 아직까지도 다 돌려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합은 큰 가게든 작은 가게든 1 가게 1표의 투표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독선을 저지를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1개 가게는 1표, 10개 가게는 10표의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형평성이 보장된다. 미국의 어느 협회도 공동구매를 하지 않고 있다. 공동구매가 목적이라면 조합을 만들라는 게 법이다. 네이버 뷰티 협동조합은 그때도 옳았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옳다. 어렵게 만든 조합이 해산된 것은 크게 아쉬운 일이다.

5. 하지 말아야 될 것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일은 감정을 앞세우는 일이고, 똥고집을 부리는 일이다. 고집은 무지함을 증명하는 행동이라 부끄러운 일이다. 감정이 앞서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을 돕는 지식이 결핍되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서 더더욱 보이면 부끄러운 일이다. 지고 잃는 것을 손해라 한다면, 이기고도 지는 것은 무지함과 감정을 앞세운 똥고집이라 하는 게 아닐까?

아래의 글은 써 두었던 것을 지웠다. 대신 나상규 펜주협회장이 오늘 발표한 성명서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새로운 총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비상대책 위원회를 만들어 미주 각 지역 회장들의 모임을 주선하여야 합니다. 각 지역협회를 하나로 연결하고 통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관을 만들고, 총연이라는 조직의 문제점과 궁극적으로 총연이 추구하는 목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고 의견을 모아 미주 전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규모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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