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과 뷰티서플라이 산업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뷰티서플라이 산업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세를 올리고 또 올리는 미국과 이에 맞받아치는 중국. 거기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으로 소비자들뿐 아니라 뷰티서플라이 경영인들의 마음까지 꽁꽁 얼게 하고 있다.
관세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심각한 재정 적자 문제를 알아야 한다. 또한 글로벌 안보 전략의 변화, 그리고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로 나뉘었던 과거 세계 질서가 이제는 미국 중심과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이 관세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요 한글 언론사의 기사나 저명한 평론가들의 의견 역시 혼란스럽다. 어떤 이는 미국이 유리하다 하고, 어떤 이는 중국이 유리하다 하고, 어떤 이는 금방 해결될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이라 말해 답을 찾으려 했다가 오히려 머리만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기자 역시 혼란스럽다. 하지만, 뷰티서플라이라는 산업만 들여다보고, 향후 3년 이내의 시장만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운 기사지만 펜을 든다.
“헤어 값이 약 30%나 올랐다. 어찌해야 하나?”
관세 적용 이전의 재고인가 이후의 재고인가에 대한 의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큰 회사일수록 재고 회전 속도가 빠르다. 관세 적용도 빠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된다. 헤어와 가발 분야 톱 기업의 창고를 방문했을 때 CEO들에게 창고에 보관 중인 제품이 주로 몇 개월 만에 판매되고 있는지를 물은 적 있다. 놀랍게도, “길면 2개월쯤 된다. 유행 상품의 경우에는 선반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입고되는 컨테이너에서 배달 트럭으로 직접 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결국, 잘 팔리는 제품의 경우 2주에서 6주면 관세 이전의 제품이 모두 동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특히, 지금처럼 관세 문제가 발등에 떨어지는 경우 현금 자본이나 신용이 탄탄한 소매점은 최대한 사재기를 할 가능성도 높아 1주일도 못 가 재고가 동이 날 가능성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은 빠를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시장 전체의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오른 만큼 올려받는 방법밖에는 별도리가 없다. 대신, 소비자들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일도 중요하므로, 각 소매점이 관세 이전에 구입해 둔 재고를 이용해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나가는 것도 고민해 볼 일이다. 예를 들어, 가게에 포스터를 붙이고, “관세는 훨씬 더 올랐지만, 단골 고객들을 위해 4월 말까지는 10%, 5월에는 20%, 6월부터는 30% 인상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소비자들에게 알린다면 소비자 역시 적정기를 놓치지 않고 미리 제품을 사놓거나 소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테니 매출을 높이면서 충격을 줄여주는 방법도 될 것 같다.
“관세 사태가 언제까지 갈 것 같은가?”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가 모였다면, 이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제 공동체가 형성되어 새로운 냉전 시대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시 말해, 관세 사태는 미국민들이 거세게 저항하지 않거나 행정부가 국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인들이 겪게 될 인플레이션 고통과 주식, 채권, 선물 시장에 불어닥칠 위험과 고통을 짐작하고 국민들을 위로하면서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생산 기반을 다시 회복시키지 못할 경우 이 순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결국 미국은 패권을 중국에 넘겨줘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국운을 건 진검승부를 피할 수가 없어서일 것이다. 관세 전쟁을 선포하기 직전에 미군의 재배치가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짐작을 뒷받침한다.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입하는 거의 모든 업체가 일찍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중국 공장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고 소규모라도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소량이나마 생산을 해왔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발의 경우 약 1,600톤의 물량이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어, 헤어제품의 생산력과 가격은 추가의 운송료를 합해도 제3국의 관세가 30% 이하일 것이므로 가격 안정성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 가발 산업이 인도네시아 가발 산업을 압도했던 이유는 바로 원모 수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수급되는 인모량이 많지 않고, 인모는 주로 인도와 동남아, 야크모는 중국령 티베트 등에서 생산되고, 씬테틱 원사는 주로 일본과 한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중국 내륙으로의 운송비나 방글라데시 등으로의 운송비도 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관세 사태는 오래 지속된다 해도 헤어제품의 생산력과 가격은 30% 피크를 넘기지 않고 안정감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잡화의 경우, 이미 의류제품의 상당수는 동남아 여러 나라로 생산 기지를 옮긴 상태이고,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해도 제3국을 통해 낮은 관세로 수입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이미 멕시코와 페루에 거대한 항구를 완성해 놓고 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새로운 수입 루트 개발도 가능하다.
미국 정부 역시 서민들이 소비하는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여 제3국을 통한 수입선까지 강력히 단속할 의지는 없을 것이라 짐작된다.
전화위복,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5월 2일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배송되는 800달러 미만의 소액 물품에 적용되던 관세 면제 혜택인 '디 미니미스(de minimis)'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중국 온라인 직구 시장이 축소되면서 그동안 빼앗겼던 오프라인 매장과 미국 내 소매업의 경쟁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 법은 코스모비즈가 중심이 되어 미주미래뷰티연합 손영표 총회장, 조지아 애틀랜타 뷰티협회 이강하 회장, NFBS 나상규 총회장, 뷰티21 이상렬 회장, 여성경영인협회 표여식 회장 등 유수의 단체와 개인이 힘을 모아 작게나마 기여한 법이라서 우리 업계의 공이 크다.
디 미니미스 면세 제도는 1938년 도입된 규정으로, 800달러 미만의 소액 물품을 미국으로 배송할 때 관세 및 세금이 면제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저가 상품을 구입하는 소규모 사업자와 개인 소비자들의 세관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5월 2일부터 중국 및 홍콩발 소액 물품은 상품 가치의 120%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되거나, 건당 우편물 요금이 부과된다. 이 요금은 5월 2일부터는 건당 100달러, 6월 1일부터는 건당 200달러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현재 의회에서 입법 과정을 밟고 있는 <2024년 최소과세 면제 책임성 보장 법안>이 통과 절차를 마치면, DHL, FedEx, UPS 등 우편물 운송 업체는 앞으로 세관 당국에 보다 구체적인 상품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선물’ 혹은 ‘가족들 간의 소포’로 둔갑해서 들어오기 어려워져 공장 직판의 시대를 끝내는 반가운 법이다.
미국 의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발 소액 면세 상품 규모는 2018년 53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660억 달러로 급증했다. 코스모비즈의 분석에 따르면 이중 약 8억 불이 기존에는 뷰티서플라이를 통해 판매되던 헤어와 가발 제품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면세 제도 폐지가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을 위한 경제학자의 주장이라고 보기에는 믿기 어렵게, 이들은 “저소득층과 서민 가정에 불균형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입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이미 Walmart, Target과 뷰티서플라이 등을 통해 이미 저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 법은 오로지 중국 공장의 직판을 도왔을 뿐이고, 미국 내 거의 모든 소매업을 부도의 위기로 빠뜨렸을 뿐이다.
관세 전쟁은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제정세나 미국의 지위와 경쟁력을 생각하면 경제 위기를 감수하고라도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뷰티서플라이 산업과 소매업에게는 희소식을 안겨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코스모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