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환골탈태해 화합을 이룰 수 있을까?

새로 출범하는 NFBS 강정상 총회장 시대

NFBS 미주뷰티서플라이 총연합회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게이트에서 제15대 강정상 총회장의 취임식을 거행했다. 이임하는 임종표 전 총회장은 NFBS 총회장 이취임식에 무관심한 도매업체에 서운한 마음을 표했다. 이전에는 총연합회장 이취임식에 각 도매업체 대표들이 참석하고 후원하던 종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전날 열린 여성경영인 협회 회장 이취임식에는 26개나 되는 화환이 배달된 데 반해 총연합회장 이취임식에는 화환조차 넉넉히 배달되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한 마음을 못내 감추지 못하였다. 본인이 재임하는 기간에 여러 지역협회가 총연합회를 탈퇴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지금은 화합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총연합회에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지금 같은 “서운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인지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어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다. 대신, 미주뷰티서플라이 총연합회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총연합회의 시대적 정체성을 알게 되고, 현재 안고 있는 어려움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NBSDA는 1990년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던 소매점 경영인들이 무질서한 소매점 확산과 그로 인한 과당경쟁을 예방하기 위해 케미컬 도매업체의 협조로 만들어진 단체다. 올해로 29년이라는 오랜 역사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초창기 NBSDA를 이끈 주역들은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던 인물들이었다. 한인 이민자들이 뷰티업에 뛰어들기 이전, 유대인 상인들은 엄격한 지역 상권의 틀에서 장사를 해왔다. 도매업체는 광역별로 판권을 갖고 운영하였고, 그런 지역별 도매업체로부터 공급 허가를 받은 사람만 정해진 상권에서 장사를 영유할 수 있었다. NBSDA 초대 회장들은 그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한인 뷰티서플라이의 질서를 확립하려 노력했다.

안타까운 현실은 시장 질서를 지키려는 사람들보다는 깨트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협회는 충분한 기능을 해내지 못하였다. 한때는 가격을 무기로 반칙을 벌이면서 침투해 온 뷰티서플라이를 억제하려는 노력도 펼쳤다. 그것을 위해 NBSDA 회원들은 각 케미컬 제조사를 방문하고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악화가 대세를 쥐면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 이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반칙을 범하고 시장에 침투해 들어 온 사람의 수가 시장 질서를 지키려던 협회보다 커지면서 협회의 기능이 축소되고 말았다.

뷰티서플라이 시장 질서를 확립하려던 90년대 NBSDA 리더들은 당시 벌어지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문을 더 굳게  닫아 버리고 소수 이익 단체처럼 활동했다.

2008년쯤, 뷰티서플라이업은 대형화 현상이 강하게 불어 닥치게 되었고 대형화 물결을 따르던 사람과 소형으로 남으려던 사람으로 나뉘기 시작하면서 NBSDA 라는 협회의 정체성도 개혁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을 맞았다.

협회는 이상호, 손지용 전 총회장에 의해 드디어 문을 활짝 열었고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사람은 누구나 회원이 될 권리가 있다”는 개방형 협회로 변신했다. NBSDA의 파격적이면서 개방적인 변화는 엄청난 에너지로 뭉쳐지게 되었고, 전국 30여 개 지역 협회가 총연합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 에너지는 이전에는 상상도 하기 어렵던 소매점 주도의 트레이드쇼를 개최하고 코스모비즈라는 이름의 협회 월간지까지 발행하는 실력 있는 단체로 발전했다.

개혁을 주도하고 협회의 위상을 높인 이상호, 손지용 총회장은 아쉽게도 개혁을 마무리 짓기 전에 임기 제한이라는 현실적 문제로 인해 미완의 상태에서 리더십을 내려놓게 되었다.

아쉽게도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의 총회장은 어렵게 가속이 붙은 협회의 기능확장 모멘텀을 수익성 사업인 트레이드쇼에 온전히 몰입하면서 정작 협회로서 마땅히 해야 할 거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고 말았다. 협회의 임원진을 트레이드쇼 행사진행요원 중심으로 바뀌었고, 트레이드 쇼만 성공시키면 협회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것처럼 여겼다. 이사회 조직도 각 지역협회장 중심에서 임기 무한의 하부조직 대표단 중심의 이사회로 바뀌면서 확고한 기득권 체계가 만들어져 “총회장 세습”이라는 반갑지 않은 집단이기주의가 구성되면서 다시 폐쇄적인 협회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협회는 이름까지 NBSDA에서 NFBS로 바꾸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과거보다 못한 과거로 되돌아가고, 오로지 “돈 되는 트레이드쇼만을 위한 협회”, “한번 임원은 영원한 임원”, “나 홀로 회장님들의 모임” 등 갖가지 민망한 별명을 얻으면서 힘을 잃어가기 시작하였고, 지역협회들이 대거 탈퇴하는 상황으로 전락해 버렸다.

퇴임하는 임종표 총회장은 어찌 보면 직전의 총회장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시스템의 피해자다. 안에서는 잘못된 협회의 진로를 바로잡으려 투쟁하고, 밖에서는 그런 협회를 질타하는 세력과도 투쟁해야 하는 진퇴양난을 겪으면서 2년의 임기를 힘들게 보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새로 취임한 강정상 총회장도 취임사를 통해 남은 숙제가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는 지를 인간적으로 표현하면서 화합의 완성을 다짐했다. 그의 진정성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런데 과연 현재의 시스템이 그의 손에 의해 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화합과 힐링을 희망하는 15대 강정상 총회장이 소개한 부회장단은 아쉽게도 지난 12대, 13대, 14대를 주도했던 부회장단의 연속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나마 기대하게 하는 것은 인맥 관계가 원만한 홍병길 중서부 광역회장이 트레이드 쇼 준비 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고, 화합을 중시해 온 이석찬 수석부회장이 핸들을 쥐었다는 점이다. 이제 출범하는 강정상호가 “사조직”이라는 불명예를 벗어 던지고 전국의 모든 소매점을 대표하는 명실공히 총연합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화합을 상징하는 이사회 개혁과 임원진 구성이 우선이다. 과연 NFBS의 위상이 다시 살아날 것인지, 업계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지켜볼 것 같다. [2018년 2월호, 코스모비즈 장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