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서플라이 종업원 고용과 문제
최근 들어 종업원에 대한 뷰티서플라이의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믿고 의지할 종업원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부터, 믿고 일하던 한인 직원들의 고소가 늘어나면서 종업원 고용방식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애틀랜타에 소재한 A 뷰티서플라이는 한국인 부부 종업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었고, 또 한 사람은 주급 자체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고소다. 현금으로 주급을 주고 확인서를 받아두지 않은 가게 주인의 입장이 곤란하게 되었다.
워싱턴 디시에 소재한 B 뷰티서플라이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던 어느 흑인 종업원은 물건을 훔치려던 손님이 뿌린 페퍼 스프레이 피해를 경험한 뒤 정신적 충격으로 더는 대중을 상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며 치유가 될 때까지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 주급을 지급하라고 고소해 주인과 법정에 나란히 선 일도 벌어졌다. 다행히 가게 주인은 변호사도 고용하지 않고 자가 변호인으로 나서 종업원의 억지 주장을 꺾은 사례도 있다.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
매일같이 방문하는 세일즈맨, 손님, 좀도둑과 마주치고, 주문서 작성만도 가게의 주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업무량이다. 그렇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매장에서 종업원에 대한 주인의 의지는 절대적이다. “언제나 내 편”이라고 믿고 싶은 종업원이라서 이들에게서 받는 예기치 않던 고소는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인간적 배신감으로 다가와 심각한 후유증까지 남기고 있다.
뷰티서플라이업 초창기에는 주로 부부 혹은 가족들이 운영했다.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위의 한인 이웃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고용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렇다 보니 시급을 정하고, 휴가 등 복지를 챙겨주는 일도 노동법보다는 상식적 혹은 가족적인 범주에서 정해져 온 경우가 많다. 한인 종업원은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동시에 주인의 가족과 같은 무한책임을 지면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런 가족적인 관계가 발전하여 과거에는 종업원에게 실제로 가게를 열어준 사례도 흔하다. 얼핏 보면 미국의 노동법을 무시한 비상식적인 고용 관계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인간적이고 발전적인 관계였다.
그런 고용문화가 오랜 세월 이어지면서 뷰티서플라이는 대형화와 함께 다수 가게 경영 체제로 발전하게 되었고, 고용의 범위도 그만큼 넓어졌다.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종업원들의 근무시간에 시급만 곱해 주급을 주고 싶지만 복잡한 미국의 노동법은 그런 여유를 주지 않는다. 복잡한 주급 계산법에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다른 직장보다 조금 더 주더라도 복잡한 계산법을 단순화시키고 싶어한다. 회계사에게 맡겨 직원의 주급을 산출해 보지만 연방 소득세, 주 소득세와 사회복지금 같은 기본적인 요소만을 담고 있어 그마저도 허점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원의 경우 세금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주급명세서에 포함해야 하는데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회계사가 챙겨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매니저와 직원의 차이 무시
한 가게에 여러 명의 한인 직원이 일하면서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노동법에 따르면 정해진 월급 혹은 주급을 받는 매니저에게는 시간 외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대신, 매니저에게는 그만한 법적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직원에게 매니저라는 타이틀을 주고 시간 외 수당 없이 고정된 주급이나 월급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직원 간에 그런 분명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형평을 문제 삼거나 감정싸움으로 번져 소매점에 손해를 끼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복잡한 노동법을 뷰티서플라이 주인만 알아야 할 일이 아니라 한인 종업원들도 기본적인 범위에서는 알고 있어야 서운함이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니저와 일반 직원의 차이는 주급이나 월급의 차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지위나 책임이 다르고 시간 외 수당에 대한 적용방식도 극명하게 다르다. 단순하게 일반 직원의 인격을 존중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매니저의 주급이나 월급 산출방식으로 일반 직원의 주급을 정할 경우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불법 고용주로 간주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거리 없는 한인 변호사들도 많아지고, 한인 매니저와의 갈등을 핑계로 삼아 목돈을 노리는 한인 직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손님처럼 느껴지는 흑인 직원
그런데도 뷰티서플라이에서 한인 직원을 선호하는 것은 인종차별, 노동법 위반, 상해 등 훨씬 더 복잡한 법적 문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흑인직원 고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복잡 다양한 가게 운영의 전반을 이해하는 실력이나 의지도 한인 직원에 비교해 떨어진다는 선입견도 한몫하고 있다. 만일 그런 선입견이 사실이라면 흑인 직원들이 종사하는 다른 업종의 소매점은 모두 망했거나 고소를 심하게 당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매니저부터 일반 직원까지 모두 흑인인 뷰티서플라이도 많은데 그런 가게를 특별한 가게라 해야 할까? 주인, 영업사원, 매니저까지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 상황에서 흑인 직원이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느끼고 정상적인 역량을 발휘해 주길 바라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일이다.
뷰티서플라이를 거부하는 좋은 인력
“흑인직원을 뽑고 싶어도 자질을 갖춘 사람은 뷰티서플라이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 게 문제다”는 말도 자주 들려온다. 그런데 더 정확한 사실은 충분한 자질을 갖춘 흑인 직원들이 서로 일하고 싶어 하는 뷰티서플라이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인종을 떠나 누구나 회사다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가게의 크고 작음을 떠나 입사한 날 Employee Handbook (직원 안내 책자)’라도 내어주는 직장다운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것도 인간적인 바람이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없이 오늘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얼마나 버느냐의 문제만큼이나 남들이 자신의 직장을 어떻게 보느냐도 직장 선택에 기준점이 되고 있다. 손님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이나 종업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챙겨주는 일도 중요하다. 소속감을 느끼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근무환경 속에서 긍지를 느끼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뷰티서플라이는 우아하고 사치스러움을 위해 존재하는 장사다. 물 위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백조의 발은 겉모습과 달리 험하고 분주하다는 사실처럼 뷰티서플라이는 뒤에서는 열심히 박스를 날라야 하는 막노동일지라도 표면적으로는 우아하고 사치스러워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곳이어야 맞다. 손님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직원들에게는 복지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 이상을 뛰어넘는 현실이어야 한다. [2018년 5월호, 코스모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