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가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 가게에서 판매하는 Kaleidoscope 미라클 드롭 때문에 딸 아이의 두피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다. 회사에서는 위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당신네 가게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위조품인 것 같다”라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주인은 “미라클 드롭이 요즘 인기를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조품이 나올 만큼 유명한 제품은 아닌 것 같고, 우리 가게는 미국에서 가장 큰 도매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고 있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스토어 주인의 그런 설명에도 손님은 쉽게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어린아이의 두피에 문제가 생겼다면 “혹시 가게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감을 느끼는 표정이다. 마침 필자가 가게를 방문 중이었고, 손님도 코스모비즈 잡지를 알고 있는 터라 여주인은 기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B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Kaleidoscope 측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제품은 위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정품인지를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일 B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Kaleidoscope사는 자사 제품으로 인한 부작용 책임을 죄 없는 소매점에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Kaleidoscope에 전화를 걸어 이런 사실을 알렸다. Kaleidoscope사의 관계자는, “손님과 직접 연락해서 사실을 확인하고 고객이 만족하시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라클 드롭은 천연오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 아직 부작용 사례는 없었지만, 천연원료라도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사실을 엄밀히 조사해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Kaleidoscope는 신생회사 임에도 기존의 대기업보다 발 빠르고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고 소매점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대응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후 확인해 본 결과 B 씨는 Kaleidoscope사에 직접 연락했던 것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떠도는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사용 후기를 읽고 위조제품일 것이라 단정 짖고 소매점에 항의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마존에서 산 소비자들의 후기는 이 시각 현재 총 172개의 후기 중에 80개의 긍정적인 후기보다 92개의 부정적인 평가가 앞서있다. 그중에서도 M. 이라는 아이디의 소비자는, “각질이 큰 덩어리가 되어 떨어져 나온다”며, 사진까지 찍어서 올려놓았다. M 씨 역시, “문제가 생겨 다른 사람들 후기를 읽어보고 나서야 위조품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적어놓았다.

Kaleidoscope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마존에서 도매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그런 가격의 제품은 정품이 아닐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은바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소매점이 아마존 등의 온라인 가격으로 피해를 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처였는데 B 씨 같은 손님에게는 뷰티서플라이 역시 위조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대하여 해석된 것이다.

소매점의 가격을 지켜주려는 Kaleidoscope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문제는 온라인 스토어나 SNS상에서 소비자들 간 주고받는 사용 후기가 사실보다는 자신들의 편리에 따라 해석하려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목소리라 할 수 있다. 아직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어쩌면 Kaleidoscope에 사용된 천연 오일에 문제가 있어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닐 가능성도 높다는 말이다. 샴푸 주기가 몇 주 혹은 몇 개월씩 늦어질 경우 두피에는 평소에 사용하던 오일 제품이나 몸에서 생성되는 바디오일로 인해 각질이 오일에 젖어 눈에 보이지 않다가 오랜만에 샴푸를 하게 되면 각질이 한꺼번에 떨어져 나오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런 현상을 부작용으로 오해할 우려도 높다는 말이다.

B씨가 보내온 딸의 두피 상태를 들여다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부작용이라기보다는 비듬 증세일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 피부나 두피의 부작용은 주로 붉은 반점이나 두드러기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사진으로만 보면 그런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딸의 두피에 비듬이 생긴 것 같다. 자주 씻어 주셔야겠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위생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형식으로 말해도 듣는이에게 반갑지 않은 말이니 말이다.

Kaleidoscope 미라클 드롭이 인기를 끌기 직전에는 Wild Grow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만큼 불티나게 팔렸다. 그뿐 아니라 Black Castor 오일의 판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오일 제품의 판매가 급속히 늘어가는 것은 자연모의 유행으로 샴푸 주기가 길어지면서 각질(Flake)이 심해지고 이런 두피 트러블을 오일제품으로 적셔 감추려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릴랙서나 텍스트라이져를 사용해 샴푸 주기를 좁혀주는 것이 소비자들의 신체에 유리한 처방이 아닐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SNS가 대중화되면서, 인체에 유익한 제품이 한 사람의 억측으로 부작용을 유발하는 불량품으로 변질되고, 뷰티서플라이가 위조품이나 판매하는 신뢰할 수 없는 곳으로 낙인될 위험에 늘 처해있다. 이런 유언비어를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말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TV 방송이나 잡지가 사실을 확인해 주던 시절은 끝이 났다. 언론 매체 보다는 블로거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시대. 코스모비즈 소속 블로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네콜 잭슨 기자는, “설령 소비자가 거짓을 말했다 해도 잡지나 TV 방송이 그것을 거짓이라 질타하면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 요즘 SNS의 집단이기주의다. 이제는 기존의 언론사가 블로거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사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뷰티업계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이 안고 있는 큰 숙제다”고 말했다.

SNS 덕에 무명의 제품이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SNS를 무기로 온갖 잘못된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제품뿐 아니라 소매점까지 마녀사냥을 당하는 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소매점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각각의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신속하게 대처하는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2018년 4월호, 코스모비즈]